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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근성에 대한 다른 시각

양주일 2007. 10. 8. 09:38
이코노믹 씽킹





로버트 프랭크 / 웅진지식하우스

[세계 1% 비즈니스 리더들을 키워낸 아이비리그식 사고법]왜 능력은 같은데 연봉에 차이가 날까? 사장의 머릿속을 들여다보고 펀드매니저에게 속지 않는, 아이비리거들만의 경제두뇌 트레이닝을 배운다일 못하는 ...



이코노믹 씽킹은 경제학 입문 과정을 스토리텔링 기법으로 풀어낸 책이다. 이 책의 서론에 이런 흥미로운 이야기가 있어 옮겨봄.


"왜 드라이브-업 현금인출기 자판에 점자가 찍혀 있는 것일까?" 드라이브-업(승차한 채로 이용하는) 기계는 거의 대부분 운전자들만 이용하기 마련이고, 운전자들 중에는 시각장애인이 있을 리가 없는데 말이다. 이 질문에서 타이요아 군이 제출한 짧은 리포트는 그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현금인출기 제작업자들은 어차피 일반용 기계를 만들 때 자판에 점자를 찍어야 한다. 사실 운전자용이든 일반용이든 한 가지 방식으로 제작하는 게 비용면에서 훨씬 싸게 먹힌다. 게다가 운전자용과 일반용을 따로 만들면 기계를 판매할 때에도 혼동되지 않도록 신경 써야 한다. 만약 점자 자판이 시각에 문제가 없는 일반인들을 불편하게 한다면, 추가비용을 들여 따로 자판을 만들어야 한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는 건 다들 알고 있는 사실 아난가?"

- 중략 -

벤 버냉키와 내가 점자 자판이 부착된 현금인출기에 대한 이야기를 경제학에 소개하고 나서 얼마쯤 지났을 때의 일이다. 어떤 사람이 내게 분노로 가득 찬 이메일을 보내왔다. 그는 점자 자판이 있는 진짜 이유는 미국 장애인보호법 때문이라고 했다. 아울러 그는 그 내용을 확인할 수 있도록 웹페이지까지 알려주었다. 옳은 얘기다. 법적으로 모든 현금인출기 자판에는 점자를 표시하게 되어 있다. 드라이브-업 기계도 예외일 수 없다. 드러이브-업 현금인출기 자판에 점자가 찍혀있으면, 매우 드문 경우이긴 하지만 시각장애인이 유용하게 이용하는 경우가 생길 수도 있다. 택시 뒷좌석에 앉은 시각장애인이 현금인출기를 이용하고 싶은데, 택시 기사에게는 비밀번호를 알려주고 싶지 않을 수도 있다.

나는 그 사람에게 답장을 보냈다. 우선 나의 과제는 학생들에게 '정답'을 요구하지 않는다는 설명부터 적었다. 그러고 나서 그 사람에게 그러한 법규가 채택된 배경에 대해 생각해볼 것을 권했다. 만약 드라이브-업 기계에 점자 자판을 부착하는 일이 상당히 추가비용이 든다면 과연 그것이 법제화되었겠는가? 확신컨데 그렇지 않을 것이다. 점자를 찍어놓는다고 해서 추가비용이 드는 것도 아니고 무슨 해가 발생하는 것도 아니며 오히려 간간히 쓸모도 있으므로 의원들이 법제화하는 게 이롭다고 판단했을 것 아닌가?

이 책은 세상에 벌어지는 일을 경제학의 비용편익(Cost-Benefit) 원리로 설명한다. '어떤 행위든 그에 따르는 추가비용보다 그로부터 얻는 이익이 큰 경우에만 합리화 된다'는 비용편익을 들어 현상을 해석하고 있다. 앞의 예처럼 100% 정답이 아닐 수도 있으나 경제학적 시각으로 정답을 찾는 과정이 흥미롭다. 세상일에 정답은 없다. 우연히 작업하다보니 점자가 달린 드라이브-업 기계를 만들었을 수도 있고, 정말 비용을 아끼기 위한 방법이었을 수도 있고, 법적 구속력 때문이었을 수도 있다. 결과는 만들어진 후에 해석하기 나름인 경우들이 더 많다. 작정하고 행한 것 보다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