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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더는 왜 육체노동인가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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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더는 왜 육체노동인가

양주일 2006. 12. 2. 22:54
오랫동안 고민해본 주제인 '코더의 정체성'에 대해 중간 정리겸 글을 남긴다. 여기서 말하는 '코더'는 전통적인 코더의 개념과도 유사하다고 볼 수 있지만, 구체적으로 HTML 코더를 칭한다.

코더에 대한 인식을 나타내는 말로 단순직, 노가다, 육체노동, 서브작업 등이 있다. 대부분 '비전문적인 일'이라는 뜻으로 누구나 할 수 있는 평이한 일이라고 일컫는다. 직업에는 귀천이 없다면서도 '코더'라는 용어 자체에 한수 아래라는 묘한 뉘앙스가 깔려있다.

그리 길지 않은 웹의 역사에서 어느새인가 '코더'를 하류계층으로 분류해버렸다. 왜 그랬을까? 잘함과 못함이 같은 직종에서 개인적인 능력차이로 나타나는 것이라면 수긍할만하다. 그러나 다른 직무를 가리켜 '넌 못해'하는 식으로 색안경을 끼는 것은 어딘가 좀 문제가 있다. IT 업종도 왕후장상의 씨가 따로 있으며 계급화된 신분사회란 말인가?

만일 코더를 도제 살이의 일부로서 기술자의 성장 과정으로 본다면 일면 응당한 표현인 것도 같다. 사수가 신참에게 가르치는 과정, 장인이 되는 길에서 통과의례적인 인고의 세월, 그리고 종국에 전문가로 탄생하는 것이라면 잠시 마늘을 씹어 먹더라도 참을 만하다.

실제로 그랬다. 디자이너가 되고자 하거나 아니면 개발자로 성장하는 초기 단계에서 코더들이 존재했다. 웹에 발을 담그면 누구나 HTML 태그를 배우고 시작했다. 그리고 그것은 너무나 쉬웠다. 태그 몇개만 외우면 브라우저에 뭔가 나타났으니까...여기까지는 1일이 소요된다.

다음 단계에서는 약간의 구조화가 필요하다. 그것은 Table을 사용하여 매트릭스 구조를 만들고, 각 셀들에 내용을 집어넣거나 셀을 병합하고 너비/높이를 조정하여 홈페이지를 구축할 수 있었다. 대략의 태그 종류들을 외우고 설계를 하기까지는 3일. 능숙하려면 1달?

부가적으로 이미지 커팅 기술이 있다. 포토샵에서 슬라이싱을 배우자면 하루정도 걸린다. 이미지 압축이나 GIF, JPG 등에 대한 구분을 하는 것은 색상의 많고/적음으로 생각하면 된다고 배운다. 또한 FTP 사용이나 드림위버와 같은 소프트웨어의 사용을 요구하기도 하지만 그건 선택이다.

일주일만에 코더가 탄생했다. 다음으로 해야 할 일은? 자신이 진정으로 원했던 디자인 툴을 배우거나 ASP, JSP와 같은 프로그래밍 언어를 습득하러 떠난다. 이와 같이 학원(학교에서도)에서 배출된 인재들은 현업에서 잡무를 처리하기 위해 코딩을 했었다.

이정도면 육체노동이라 할 만하다. 노동의 가치가 낮다고 보는 직업들은 매뉴얼로 해당 업무를 단기간 익힐 수 있는 일로 분류한다.

요즘의 현실은 어떤가? 요즘도 이런 방식으로 일하는가? 그랬다가는 '웹표준도 모르는 멍청이'라고 이지매 당하기 쉽다(상당히 유하게 표현했다. 실제론 육두문자에 두들겨 맞겠지... ;-)

근래에 들어서는 구조화된, 의미있는 웹 컨텐츠로서 HTML 코딩 업무를 상상한다(필요로 한다고 하고 싶지만 현업에서 웹표준과 관련된 엉뚱한 상상만 하는 것이 현실이니까). 그리고 해당 업무를 전문가에게 맡겨야 한다는데 어느정도 동의 한다. 그러나 고착화된 인식을 한번에 뒤바꿀 수는 없나보다. 극단적 상황(업무상 충돌이 발생하거나 '솔직히 말해서'라는 논쟁이 오갈때)이 되면 '나도 코딩 해봤다', '그게 뭐 어렵다고'하는 식으로 말짱 도루묵이다.

묻고 싶다. 정말 요즘의 코딩 해봤나? CSS 방식으로 대표되는 요즘의 코딩을 쉽다고 본다면 이런 예를 들어보자.

리포트를 작성해본 적이 있는가? MS워드나 아래한글로 글을 작성해 봤다면 워드프로세서의 사용이 얼마나 쉬운 일인지 말 안해도 알 것이다. 잘 모른다면 하루만 투자해보면 멋진(정말 멋진건 아니어도) 프린트물을 만들 수 있다. 이건 '그까이꺼~ 대충' 리포트 쓰는 것이다. 제목이나 본문 폰트 좀 다르게 하고, 글자 크기나 정렬만 좀 바꾸면 뽀내다는 리포트 하나쯤은 완성한다. 하지만 워드프로세서의 기능중 10%만 알고 있는 것이다. 워드의 스타일(더욱 멋진 기능들이 있겠지만, CSS도 스타일을 결정하는 것이니 여기에 비교해본다)을 사용해보라. 잘 정리한 스타일들을 정의해놓고 자신이 원하는 곳에 팍팍 스타일 지정하면 지난한 작업도 손쉽게 처리할 수 있다. 또한 워드를 궁극의 출판 전문 툴로 사용할 수 있음에도, 그것을 완전히 마스터하기란 쉽지 않음에도, 그저 쉽다고 말한다. '쉽다'라는 말엔 모두 할 수 있다는 의미가 있진 않다.

이렇게 설명했는데도 전문적이지 않다고 생각한다면 정보 설계라는 영역도 끌어대고 싶다. 코딩은 웹 컨텐츠 설계임이 자명하다. 레이아웃에 대한 설계도도 만들어야 하고(머리로 하던 종이에 그리던), 사이트에 대한 가이던스도 잡아야 하고, 개별 페이지의 통합과 분리에도 신경써야 하는 등 육체노동보다 정신노동이 필요하다.

항변은 여기까지...

코더들이 정리해야 하는 몫도 남아 있다. 코더들도 바뀌어야 한다. HTML 태그와 CSS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어디까지나 그것은 한정된 셋이다. 그것이 다가 아니다. 종국의 최종 접점에서 사용자 경험을 만드는 업무로 개념을 바꾸어야 한다. 생각없이 일할 수 있어서 그 일을 한다고 말하지 말라. 웹 표준을 흉내내기만 해서는 안된다. 머릿속으로 설계하지 말라(설계를 모른다면 할 말 없다. 당신들이 만드는게 곧 설계를 바탕으로 하던 일이다). 내가 쌓아놓은 코드더미 속에서 재활용(패턴이나 노하우), 개선할 수 있는 것을 찾아라. 생각을 나눠라. 스스로 정체성을 정의하고 표현하라.

무슨 선동대를 만들고 싶은게 아니다. 한국 사회에 보편적으로 팽배하는 무조건적인 평등을 주장하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선무당이 사람잡는다고, 자세히 들여다보지 않고 불완전한 경험으로 판단하는 일을 하지 말자는 것이다. 진정으로 타 분야에 대한 지식과 식견 그리고 진심어린 이해를 바탕으로 그들의 전문성을 인정해야 한다고 말하고 싶다. 합리성이 결여된 고정관념적인 폄하는 사라져야 한다.